매년 여름이 될 때마다 “올해가 가장 더운 여름이다.”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특히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 뜨겁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본당에서 교사로 활동하지 않고 교구에서 일하고 있어 여름 캠프에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뜨거운 여름’ 하면 저에게, 그리고 아마도 대부분의 주일학교 선생님들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여름 캠프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 본당에서 교사 생활을 하던 시절, 학생 때는 여름방학 내내 캠프 준비로 동료 교사들과 함께 매일 성당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는 여름휴가를 당연히 캠프에 참여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저희 성당은 잠실야구장과 같은 지하철역을 사용하는데, 퇴근 후 캠프 준비를 위해 성당에 가려고 지하철역에 내리면 응원팀 유니폼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신난 표정으로 야구장에 가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저는 성당을 향해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곤 했습니다. 하지만 캠프를 기대하고 있을 청소년 친구들을 생각하면, 여름 내내 성당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한 번도 아쉽지 않았고, 다른 즐거운 일들로 여념이 없는 친구들이 부러웠던 적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여름 캠프는 교사들에게 1년 중 가장 큰 이벤트이며, 가장 많은 관심과 노력을 쏟는 시간입니다.

     여름 캠프라고 하면 단순히 근교로 나가 며칠동안 아이들과 놀다 오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 시간 안에는 청소년 친구들, 그리고 동료 교사들과 함께하는 깊은 신앙 체험이 숨어 있습니다. 캠프 기간 동안에는 평소 혼자서는 잘 하지 못했던 식사 전후 기도도 함께 드리고, 새로운 공간에서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것도 의미가 깊지만, 서로를 배려하며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하나의 신앙 안에서 함께하는 공동체임을 느끼고 배우게 됩니다. 또 하루 종일 우리의 시간을 빼앗는 스마트폰과 SNS가 없어도, 평소라면 하지도 않을 작은 게임 하나에도 함께 깔깔거리며 웃고, 진지한 대화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서로의 존재로 감동받아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그 모든 순간이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신 시간임을, 그리고 그분이 함께하시지 않았다면 절대 우리 힘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시간임을 고백하게 됩니다.

     매년 여름의 무더위 속에서도 제가, 그리고 주일학교 선생님들이 여름 캠프를 그리워하고 다시 준비하게 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바로 그 시간 안에 하느님께서 함께하심을, 그리고 우리가 서로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올해도, 내년에도 여름 캠프가 모든 본당의 청소년들이 신앙의 기쁨을 배워가는 소중한 시간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합니다. 올해도 청소년들을 위해 소중한 여름을 기꺼이 내어준 주일학교 선생님들께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요?

백근재 도미니코 사비오 |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중고등부 교육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