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교구 생명위원회에서 사목할 때, 교구장이자 생명위원회 위원장이셨던 염수정 추기경님께서는 우리 시대가 겪고 있는 낙태와 안락사 등 ‘죽음의 문화’에 대해 크게 걱정하셨습니다. 그리고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갈 방법과 관련해 많은 고민을 하셨습니다. 그 결실로 여의도 성모병원에 ‘나프로 임신센터’ 개소가 이루어졌습니다.

     ‘나프로 임신센터’에서 사용하는 방법은 크라이튼 모델의 가임력 회복 시스템(Fertility care system)인데, 난임 부부를 위한 영적, 사회 심리적, 정서적, 정신적 돌봄을 통해 그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돌보는 일을 주안점으로 삼습니다. 이와 함께 여성의 생리 주기에 따른 호르몬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생식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내·외과적 치료를 병행함으로써 여성의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돕는, 가톨릭 정신에 따른 총체적이고 통합적인 난임 치료 방법입니다. 나프로 임신법을 충실히 실행한 경우, 지금까지 성공률은 40% 후반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는 더 높은 성공률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한 가임이 어렵다고 알려진 49세 여성이 아기를 낳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나프로 임신센터’를 통해서 190여 명의 아기들이 태어났습니다. 나프로 임신법은 자연주기법을 이용하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프로그램을 잘 따를 경우 다른 난임 극복 프로그램보다 성공률이 현저히 높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목 현장에서는 많은 난임 부부들이 시험관 시술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시험관 시술은 엄마와 아빠보다는 의사의 역할이 더 큽니다. 인위적으로 의사가 정자와 난자를 부부의 몸 밖으로 채취해 시험관에서 체외수정하여 엄마의 자궁에 착상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원래 있어야 할 엄마 아빠의 역할은 최소화되는 것입니다. 반면, 자연주기법에 따른 나프로 임신법은 하느님께서 여성의 몸에 만들어주신 신비로운 질서를 지켜가며, 부부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그 사랑의 결과로 자녀를 선물로 얻는 과정입니다. 자연스럽고 신비로운 이 과정에선 부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아쉬운 것은, 이 시대의 많은 부부들이 자연주기법을 활용하는 것이 번거롭고 힘들다고 여긴다는 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라고 하시며, 좁은 문이 번거롭고 힘이 들겠지만 그 문은 구원을 향하여 있음을 지적하십니다. 나프로 임신법 역시 번거롭고 부담스럽게 느낄 수도 있지만 이 방법이야말로 부부의 사랑으로 자녀를 선물로 얻게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길입니다. 난임으로 고생하는 많은 부부들가 나프로 임신법을 통해 하느님께서 맡겨주시는 자녀를 선물로 받게 되길 바랍니다.

지영현 시몬 신부 | 압구정1동성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