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를 대할 때 상대의 눈을 마주 보며 인사하는 것은 보는 행위를 통해 그를 파악함으로써 두려움을 상쇄하기 위함에서 비롯된 서양의 문화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구석으로 파고들며 자리를 내어주는 겸양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우리는 오히려 상대의 눈을 빤히 보는 것이 무례일까 염려해 검은 모자를 쓴 수상한 이웃을 함부로 확인하지도 못한 채 흘끗거리곤 합니다. 모른다는 비지(非知)의 영역은 불안을 배태하는 근원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서양인은 자신의 눈으로 들어오는 것을 인지적 사실, 앎의 영역으로 교환하는 편을 택합니다. 영어에서 ‘나는 (그 사실을) 안다.’, ‘이해했다.’는 문장이 ‘I see.’(‘나는 본다.’)인 이유입니다.
내가 보지 않은 것,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것은 확실히 두렵습니다. 남성이 주도권을 잡고 있던 사회의 역사는 여성이 공적 공간에서 말하는 것을 낯설어했습니다. 백인은 피부색이 다른 인종을 ‘유색인종’으로 분류하고 등급을 매김으로써 낯선 이들을 지배하고 억압한 역사를 가지고 있죠. 알 수 없는 것들을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정상성의 안쪽에 있음을 안심하는 것은 인간의 나약함에서 비롯되었겠으나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윤이형 작가의 《루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작품 속 ‘루카’는 사랑의 방향이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목사인 아버지와 갈등에 놓입니다. 완고한 아버지는 아들의 낯선 사랑, 그 다름을 결코 수용하지 못합니다. 종교와 아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던 아버지가 택한 방법은 바로 자신의 마음에서 아들을 죽이는 것입니다. 급기야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을 진짜로 여기고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등 망상을 겪습니다.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 당시 저는 세례를 받기 전이었습니다. 세례를 받은 후에야 문학 내적으로만 이해하던 이 소설이 성경 말씀 위에 쓰인 것임을 새로이 알 수 있었습니다. 한편, 제 동생 안토니오는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장애인을 향한 시선이 많이 누그러졌다고는 하지만 차별이나 편견, 사회 구조의 폐쇄성은 여전합니다. 심지어 그의 장애를 이용하려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를 ‘약자’로 규정하는 나쁜 마음이지요.
어떤 것을 ‘정상’으로 엄격히 규정하는 사회에서 ‘다른’ 이들은 낯선 것으로 치워져 남몰래 상처받습니다. 이방인 루카는 그 누구보다 ‘다름’에 대하여 온몸으로 알고 있는 자입니다. 무엇보다 그 다름이 자신의 것이었기에, 예수님을 죄인이거나 버림받고 고통받는 사람들 또 멸시받는 여인들의 친구로 소개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루카 복음서를 ‘가난한 자를 위한 복음서’라 하는 이유겠지요. 차라리 우리가 모두 루카와 같이 이방인의 마음을 가진다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한다면 다름이 더는 위험이나 불안의 요소가 아니지 않을까요? 이방인 루카의 복음서를 다시 한번 펼쳐보게 됩니다.
황유지 사라 |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