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후, 세상에 남은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심판과 함께 주님께서 약속하신 새로운 세상이 곧 오리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날이 곧 오지는 않았고, 시간이 갈수록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는 적지 않은 혼란이 일어났습니다. 주님께서는 이런 혼란을 겪는 이들에게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 나라를 너희에게 기꺼이 주기로”(루카 12,32) 하셨으니, 그 일이 우리의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하느님의 약속을 믿고 인내하며 그때를 준비하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오늘의 독서도 이와 연관된 내용이 나옵니다. 제1독서에서는,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던 조상들이 하느님의 약속인 ‘해방의 날’을 굳게 믿고 기다린 끝에 그날을 맞이합니다. 또한 제2독서에서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과 후손들이 비록 하느님 약속을 인간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그 말씀을 굳게 믿고 기다린 끝에 결실을 이루었습니다.
이제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그날을 기다리며 살아가는데 필요한 몇 가지 권고를 주십니다. 첫 번째로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마태 6,20)라고 말씀하십니다. 곧 “너희는 가진 것을 팔아 자선을 베풀어라. 너희 자신을 위하여 해지지 않는 돈주머니와 축나지 않는 보물을 하늘에 마련하여라.”(루카 12,33)라는 초대입니다.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는 튼튼하고 영원한 금고가 하늘에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는 “깨어 있어라.”(마태 24,42)라고 권고하십니다. 곧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루카 12,35)라는 말씀입니다. 허리에 띠를 매는 행동이나 어두운 밤에 등불을 켜 놓는 행동은 무엇을 준비할 때,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릴 때, 그를 놓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오늘 복음은 “너희들 작은 양 떼야,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 나라를 너희에게 기꺼이 주기로 하셨다.”(루카 12,32)라는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그 과정이 어떠하든, 그 시기가 언제이든,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기로 한 것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하고 필요한 ‘하느님의 나라’이며, 이는 ‘당신의 약속대로 꼭 이루어질 것’이라는 약속을 기억하게 하는 말씀입니다. 주님의 이 말씀을 기억하며, ‘두려움 보다 더 큰 믿음과 희망’으로 하느님 나라를 준비하고 기다리는 지혜로운 우리가 되도록 주님의 은총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홍사영 바오로 신부 | 청년·순례사목 담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