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태어나면 우리는 흔히 “아프지 말고, 무럭무럭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고 말합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면 백일잔치도 하고, 돌잡이 잔치도 열며 기뻐합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아이에게 바라는 것들이 생깁니다. “너는 꿈이 뭐야?”라고 묻습니다. 아직 아이가 어떤 재능을 가졌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른 채 말입니다.
제가 근무했던 한 기술학교에서, 왕년에는 ‘호랑이 선생님’이라 불리던 분이 정년을 맞으신 지금은 ‘미소 천사 선생님’으로 불리고 계신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분이 담임을 맡고 있던 한 아이를 교장 수사님께 데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수사님, 이 아이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교장 수사님께서는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시고 아이와 면담하신 뒤, 선생님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직 아이가 어리고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이니 제가 조금 더 신경을 쓰겠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선생님께서 한발 물러서셨고 교장 수사님과 주변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어찌어찌 그 아이는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세월이 흘러 10년쯤 지난 어느 날, 한 청년이 학교를 찾아와 선생님들께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습니다. 그리고 호랑이 선생님께 다가가 말했습니다. “선생님, 그때 저를 포기하지 않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그 청년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 아이임을 알아보셨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사람을 구하는데, 사장님께서 제 이야기를 들으시고 저와 같은 학생들을 데려와 일을 가르치면 어떻겠냐고 하시며 저를 보내셨습니다.”
그 말을 들으신 호랑이 선생님은 가슴을 치며 “내가 한 아이의 미래를 망칠 뻔했구나!”라고 하시며 몰래 화장실에 가서 우셨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선생님께서는 절대 아이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늘 환한 미소와 존댓말로 아이 한 사람 한 사람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한 아이를 판단하지 않고 기다려주셨기에, 그 아이는 시간이 지나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게 되는 기적을 이루었습니다. 누군가를 판단하면 그 사람이 가진 미래까지도 단정 짓는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그런 우리를 잊지 않으시고, 신앙이라는 씨앗을 우리 마음에 심어주셨습니다. 그 씨앗이 죽고 자라 큰 나무가 되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도 상처가 아닌 사랑의 씨앗을 심어준다면 어떨까요? 지금은 사고뭉치처럼 보일지라도, 그 아이들이야말로 세상을 이끌어갈 우리의 희망이요 미래입니다. 하느님께서 그 희망을 신앙이라는 씨앗에 담아 놓으셨기 때문입니다.
최남식 베드로 신부 | 살레시오회(살레시오청소년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