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선 뜻밖에 감동적인 기쁨이 밀려들 때가 있습니다. 저는 가톨릭 시인으로서 늘 은총의 신비를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주님과 성모님의 은총은 항상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런 까닭에 더욱 놀라운 기쁨이 곧바로 감사로 이어질 수 있게 하셨습니다. 이러한 은총이 2017년 저에게 일어났습니다.
저는 일찍이 가톨릭에 성모님이 계시다는 것이야말로 세상 어느 종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신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니 없이 태어난 사람이 없는 이상 예수님의 어머니가 바로 나의 어머니라는 성심의 온화하고 따뜻한 관계의 바탕에서, 40년 전에 알게 된 과달루페 성모님께 드리는 사모곡을 800편 넘게 썼습니다.
그중 240편을 2014년에 두 권의 한글판 시집으로 묶어냈고, 2017년엔 서반아어 번역본이 멕시코에서 출간된 계기로 그해 11월에 과달루페외방선교회의 초청을 받아 26일 동안 과달루페 성모 발현지가 있는 멕시코를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멕시코 사람들의 과달루페 성모 사랑은 대단했습니다. 인구 1억 3천만의 멕시코는 93%가 가톨릭 신자이고 과달루페 성모님을 공경하는 사람이 100%라고 할 정도로 과달루페 성모님에 대한 신심이 각별한 나라였습니다.
멕시코의 명문 도시인 과달라하라에서 환 산도발 이니게스 추기경이 집전한 대림 제1주일 특별 행사 때, 7천여 명이 모인 단상에서 저와 제 시집이 소개되는 20여 분 동안 거듭 쏟아진 환호와 박수갈채를 잊을 수 없습니다. 감동한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자신의 십자고상 순금 목걸이를 벗어 선뜻 선물로 준 형제를 비롯해 남녀노소 제 번역본을 사서 사인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는 등 과달루페 성모님을 통한 친교의 환대를 받았을 때, 저는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습니다.
제 시의 고귀성은 순박하고 순수한 감동으로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진심에서 진심으로 가는 시편들’이라고 호평을 해준 원로 시인도 있었습니다. 시의 흐름이 은총의 깊이에 감싸일수록 순수한 감동의 울림도 커진다는 반증이라 여겼습니다. 여러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멕시코인들의 꾸밈없는 환대에 감동하게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과달루페 성모님을 어머니로 공경하고 사모한 제 시의 울림을 멕시코 사람들이 금방 알아보고 공감했던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과달루페 성모께 드리는 찬미의 시를 800편 넘게 써낸 초유의 시인이라는 은총의 결실에 대해 놀라워하는 그들의 모습에 오히려 제가 놀라지 않을 수없었습니다. 가난 속에서 주님과 성모님의 각별한 은총을 받아 시를 쓰던 때의 여정이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 거듭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인평 아우구스티노 | 시인
